어느 세계
어느 세계 본문
내가 한동안 열렬히 좋아하던 세계가 있었다. 일상 속에서 본능적으로 그 세계를 찾았다. 그곳은 마치 나의 유토피아였다. 내가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것들이 그곳에선 내 것이 될 수 있었다. 나는 현실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오면 그 세계를 떠올렸다. 그곳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면 당장 마음이 편해졌다. 그 세계를 떠올려는 것은 나에겐 주문을 외우는 것이었다.
그곳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늘 '불'이 생각이 났다. 그곳에 있는 불은 항상 켜져 있었다. 꺼지지 않았다. 내가 그 세계에 갈 때마다 은은하게 빛이 났다. 가끔은 그 불이 불꽃처럼 팡팡 터질 때도 있었다. 나는 늘 터지는 불꽃을 보러 그곳에 갔지만 매번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것을 보지 못하더라도 그냥 은은한 불빛 주변에 있다 오는 것도 무척 좋았다. 나는 내 안에 빛을 담아왔다. 그리고 그 빛으로 살았다. 하지만 살다 보면 점점 빛이 사라지고 마음의 공간은 어두워진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내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그 세계가 내 앞에 열린다. 그런 적이 꽤 있었다. 살면서 제일 신기한 일 중에 하나였다.
또, 그곳은 무언가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것들은 대부분 누군가가 뿌려놓은 삶의 조각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주워 들여다보았다. 내가 항상 맘에 들어했던 조각들을 하나같이 따듯하고 무거웠다. 가벼운 것을 잡으면 조금도 살펴보지 않고 내려놓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무거운 조각들만 찾아다녔다. 어느 날은 마음을 먹고 조각을 찾았다. "가장 따뜻하고, 무거운 조각을 찾을 테야." 굳게 마음을 먹고 돌아다니지만, 아무 조각도 손에 잡지 못했다. 이런 날이 무수히 많았다. 가장 따듯하고 무거운 조각은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조각들이 널브러진 길을 걸을 때 찾을 수 있었다. 그곳에선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곳을 가득 채우는 것 중에 조각이 아닌 것들도 있었다. 그것은 일부가 아닌 전체였다. 그것은 누군가 뿌려놓은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곳에 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것은 조각만큼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볼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그것에 대해선 아무 정의도 내릴 수 없었다. 나는 그것을 몇 번 들여다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의 영향력을 그 세계 밖에서 느낀 적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일부로 그러기도 했고, 그럴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