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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느끼다

'잘' 살기 위해

dryoon 2021. 5. 3. 20:03

 

 

 

 

힘든 시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나의 불안과 어려움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조절하는 중이다. 지금은 그런 시기다. 곡을 쓰는 것은 나의 피와 살, 일상과 영혼을 갈아 넣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막연한 결과물만 바라보고 가기에는 몸과 마음이 너무 쉽게 다치는 과정이다. 문득 곡 하나 발표하는데 이렇게 공 들일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내가 세상에 내놓는 것은 음악의 모습을 한 내 존재의 일부임을 상기한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받아들여질지는 너무 중요한 문제 아닌가. 곡을 작업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는 언제나 깊은 곳, 중심에 있다. 그러니 힘든 시간이라 이름 붙일 수밖에. 점점 내 순서가 다가오고 있어 주말까지 반납하고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밤늦게 집에 들어와 씻으면서, 잠들면서, 꿈에서도 작업에 대한 끈이 놓아지지 않았다. 아니, 놓을 수가 없었다. 잠깐이라도 놓으면 지금까지 이어온 것들이 연기처럼 사라질 거 같은 두려움이었다. 그래서 강박적으로 그 안에 있고 싶어 했다.

 

나는 늘 무언가에 과몰입하다가 "에이, 몰라. 잠깐 잊을래."하고 잠시 중단하는 순간이 있다. 이런 순간이 있어야 다음 단계를 나갈 수 있었다. 이번에는 그런 순간이 꽤 늦게 찾아왔다. 지난주 금요일에 레슨을 마치고 야심 차게 저녁까지 사들고 작업실에 들어갔는데 뇌가 마비된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 뭔가를 더 했다가는 영영 머리를 못써버릴 거 같은 느낌이었다. 그 길로 집에 돌아와 생각을 접어버렸다. "에이, 몰라'를 시전 하기로 작정하고, 그동안 잡고 왔던 끈을 잠시 놓았다. 중간중간 불안의 그림자가 드리웠지만, 살만했다.

 

자연스럽게 그동안 반납했던 주말을 잠시 되찾아왔다. 토요일에는 엄마아빠의 22주년 결혼기념일이었다. 집중해야 할 다른 일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오랜만에 이벤트 준비를 위해 현승이와 쇼핑도 다녀오고, 점심 저녁때마다 엄마, 현승이와 수다로 몇 시간을 함께했다.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인가"라고 하기엔 너무 소중한 일상의 순간들이었다. 나의 주말은 월요일까지 살짝 더 추가되었다. 당장 내일모레가 첫 합주인데, 함께 바다 보러 가자는 아빠의 말을 선뜻 따라나섰다. "나는 늘 잘 준비해왔다."는 말을 오늘은 믿기로 했다. 더 해야 된다는 압박을, 압박으로 인식했다. 마침 현승이도 이번 주가 방학이라 아주 오랜만에 네 식구가 함께 월요일을 보냈다. 오가는 차 안에서 서로 놀리고, 웃기며 그동안 미루었던 웃음을 쏟아내었다. 

 

집을 나서기 전에 엄마에게 "나 잘 살고 있는 거겠지?"하고 물었다. 현재 나의 상황에서 가장 잘 사는 정답이 있는 것만 같다. 그 정답에 가깝게 살지 못하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겨우 버텨왔는지 모른다. 내가 보내는 하루하루가 '잘 사는 삶'이라고 믿고 싶다. 어떤 것이든 믿고 싶은 게 나의 바람이다. 되나, 안 되나를 의심하는데 나도 모르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쓴다. 그래도 지난 3일은 잘 살았다고 말해야겠다. 스스로에게 최선의 선택을 했고, 필요한 시간이었다. 그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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