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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세계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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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진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산을 넘다 보니 해가 지는 것을 이제야 발견했다. 정신을 차린 날은 정확히 '12월 1일'이었다. 아니, 여유를 되찾은 날이라고 하자. 잃어버린 여유가 다시 일상과 마음에 흘러들어왔다고 인식한 그날, 가장 먼저 몸이 아파왔다. 이제는 아플 차례라는 듯이 잘 걸리지도 않는 감기가 몸살과 함께 찾아왔다. 어찌 보면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아픈 것이 차라리 좋았다. 그동안 나를 어지럽게 했던 모든 것은 타당했고, 그것을 견딘 나는 몸이 아플 정도로 고된 시간을 통과했다고 증명해주는 것 같았다. 누군가 이 모든 게 끝나면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었을 때 나는 "두문불출할 거예요."라고 답했다. 말하는 대로 된 셈이다. 멍청한 핸드폰으로 허황된 바깥세상을 보는 것도 거의 하지 않았..

- Midsummer's Night YANKEE CANDLE 돈을 주고 그림 어플을 구입했다. 무료 어플로 만족했던 내가 아무 목적과 생각 없이 만 이천 원의 거금을 들였다. 살짝 무모하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정적인 건, 결재와 동시에 통장에 찍힌 숫자 앞자리가 바뀐 것이다. 새 어플에 적응하기 위해 이것저것 끄적이다가 영 쉽지 않아 유튜브를 찾아보았다. 너무 방대한 양의 영상 때문에 더 막막해질 찰나에 아주 시크한 썸네일의 영상을 보았다. 채널을 훑어보니 단순히 그림의 스킬을 알려주는 계정이 아니었다. '그림'이란 세계 안에서 이야기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을 공유하고 있었다. 영상을 서너 개 보았을 즈음 "무엇을 그릴지 모르겠다면, 좋아하는 것들을 먼저 그려보세요...